2008년 06월 06일
[Review] 윔블던(Wimbledon,2005,UK)
윔블던(Wimbledon,2005,UK)
영화 <윔블던>은 리차드 론크레인(Richard Loncrain)이 감독하고 커스틴 던스트(Kirsten Dunst), 폴 베트니(Paul Bettany)가 출연한 로멘틱 코미디 영화이다. 제목에서 금방 알 수 있듯이 영국의 ‘윔블던’ 테니스 대회를 소재로 만들어낸 러브스토리로 <러브 액츄얼리>, <노팅힐> 등과 같은 인기 영화를 선보였던 ‘워킹타이틀(workingtitle)’이 2005년에 제작하고, 유니버설 픽쳐스(Universal Pictures)와 스튜디오 까날(StudioCANAL)이 공동제공하였다.

사랑은 서로 주고받는 게임이다. 테니스처럼.
‘로맨틱 코미디’라는 영화의 장르답게 <윔블던>은 두 남녀 주인공의 밀고 당기는 사랑게임을 윔블던 테니스 대회로 포장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완성 전에서야 결정이 났다는 오프닝 시퀀스는 마치 테니스공이 움직이듯이, 관객들이 테니스 경기의 랠리를 보듯이 크레딧이 움직이면서 오프닝을 장식하고 있다. 이것은 영화의 전반을 흐르는 주제이자 이 영화의 기획의도처럼 보인다.
영화는 한물간 테니스 선수 피터(폴 베트니)가 세계 최고의 테니스 여왕 리지(커스틴 던스트)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첫눈에 반하는 핑크빛 러브도 있고, 기자들의 눈을 피해 둘의 사랑을 확인하는 열정적 사랑도 있다. 게다가 그 둘을 방해하는 아버지(샘 닐)과 동료 테니스 선수도 있다. 이건 완전 ‘로미오와 줄리엣’ 버전의 사랑이다. 거기에다 사랑영화라면 빠질 수 없는 위기의 사랑도 포진하고 있다.
이렇게 <윔블던>은 여러 사랑의 단계와 어려운 역경을 거쳐 이루어지는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토너먼트로 이뤄지는 윔블던 대회처럼 말이다.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노팅힐>,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러브 액츄얼리>, <미스터 빈>, <오만과 편견> 등을 제작한 워킹타이틀의 작품답게 <윔블던> 역시 영화속에 영국적 코드를 많이 담고 있다. 주로 리차드 커티스가 시나리오를 썼던 작품들이지만, 워킹타이틀에서 제작한 로맨틱 코미디에는 사커즘(sarcasm)으로 대표되는 영국식 블랙유머와 영국의 풍경이 잘 담겨져 있다.
<노팅힐>에는 미국 여배우와 영국 서점 주인이 포토벨로 마켓에서 만나 사랑을 시작하고,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전통적 영국 결혼식 장면과 동성애 코드도 유머스럽게 담고 있다. <러브 액츄얼리>는 옴니버스 형태라는 장점을 통해 많은 부분을 장치해놓았다.
<윔블던> 영국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영화의 중심이다. 더욱이 영화는 영국 출신의 선수가 윔블던에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염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속에도 출연하지만 코트의 악동 ‘존 메켄로’ 이후에는 이렇다할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영국인 테니스 챔피언을 영화 속에서라도 보고 싶은 열망이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고 있다. 이는 어쩌면, 영화 속에 런던아이가 등장하고, 트라팔가 스퀘어를 빨간색 2층 버스가 통과하며, 윔블던 테니스 코트가 여러 번 등장하는 것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영국적 색깔이라고 할 수 있겠다.

‘러브’는 테니스에선 제로를 의미한다.
<윔블던>을 보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로맨틱 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코미디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로맨틱 드라마에 더 가까울 듯하다. 그렇다고 <러브 액츄얼리>의 크리스마스 고백씬 처럼 새롭고 감동적인 사랑의 기술도 선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영화 <윔블던>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리차드 론크레인 감독이 DVD 오디오 코멘터리에서 언급했듯이, 지루한 랠리 장면을 다이나믹하면서도 매번 새로운 느낌으로 잡아낸 다리우스 콘지(Darius Khondji)의 카메라 워킹과 빛의 예술은 영화의 만듦새를 한층 향상시켰다. 다리우스 콘지는 <세븐>, <비치>,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등의 명작들의 촬영감독이며, 그리고 최근에는 왕가위 감독과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를 찍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1년에 한 번씩 벌어지는 윔블던 테니스대회를 직접 보고 싶은 충동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폴 베트니는 사실 <윔블던>의 주인공보다 <다빈치 코드>의 사일러스로 더욱 인상깊다. 그런 그가 <윔블던>에서는 한물간 테니스 선수에다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우유부단한 영국남자를 잘 연기해 냈다. 마지막 챔피언쉽 포인트를 앞두고 심판에게 항의하는 장면은 예전의 존 메켄로를 연상시킬 정도로 재미있는 부분이다.

테니스에는 재미있는 용어가 하나 있다. 바로 ‘러브’이다. ‘러브’는 테니스에서 0점을 의미한다. ‘러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에부터 시작하지만 그것이 사람을 아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미덕이다.
글/문성주



# by | 2008/06/06 02:56 | Film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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